문조의 털갈이

No. 60 Name 이승묵 Date 2002.07.09 01:46 Comments 0

우리 집 문조가 털갈이한다. 거실의 새장 주위가 온통 털이다. 바람결에 거실 여기저기 털이 날린다. 새장을 거실 밖으로 옮겼다. 햇볕을 가리려고 새장 지붕에 합판을 얹었다가 비를 견딜 수 있는 장판 지붕으로 바꾸어 고정시켰다. 태풍이 불던 어느 날 아내는 새장을 욕실로 옮겼다. 문조에게는 털갈이가 금욕 기간이다. 목욕물과 영양식의 공급이 중단된다. 문조는 식수와 모이만으로 견디며 털갈이해야 한다. 문조는 목욕을 즐기는 깔끔한 녀석이다. 목욕물만 있으면 뻔질나게 목욕한다. 털갈이하는 문조가 힘들어 보인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가슴팍은 털이 빠져 얼룩덜룩하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목욕조차 못해 거칠해졌다. 한 달쯤 지나 털갈이가 끝났다. 다시 목욕물을 공급한다. 금세 목욕물이 동이 난다. 얼마나 하고 싶었던 목욕일까. 문조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깔끔하고 아름답다. 대개 바람직한 변화란 고통의 다리를 건너서 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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