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I에 속한 모든 branch들은 4년마다 한번씩 Site Visit이라는 것을 하는데 한국 말로 하면… 현장평가 같은 것이다. 현장평가 하니 문득 이전에 한국에서 iTRS라는 연구소를 다닐 때 했던 현장평가가 생각난다. 준비하느라 참 많은 고생을 했다. 이곳에서 하는 현장평가를 준비하는 강도도 한국의 그것에 뒤진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Branch chief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람들, 특히 자기 연구 계획을 발표해야되는 PI들은 “panic” 비슷한 상태에 빠진 채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주님을 첫자리에 모시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시류에 휩쓸리기 보다는 주님을 전적으로 의뢰하며 담대하게 임하려 애쓰고 있다!
Site Visit에서 받은 개인 점수는 향후 4년간의 연구에 직접 영향을 준다. 내가 무슨 연구를 하고 싶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SAG (Senior Advisory Group)라는 위원회에 과제제안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그 때 최근 Site Visit 때 받은 점수가 영향을 준다고 한다. Branch 전체 budget도 Site Visit에서 받은 점수로 결정이 되니 이만하면 왜 이토록 branch 전체가 들썩거리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Site Visit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40 page정도에 해당되는 일종의 report이고 (narrative라고들 함) 또 하나는 20분 정도 분량의 발표자료이다. 약 10여명의 Site Visitor들이 비밀리에(?) 선정되어 명단이 발표되었고 report는 그들에게 미리 보내진다. 이 narrative라는 것이 일반 논문과는 다른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그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Branch chief는 이 narrative와 20분 presentation을 “marketing”이라고 표현한다. 말그대로 science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내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광고하는 성격을 가진다.
Narrative를 쓰고 고치는 과정은 단순히 “영어”를 고치는 것을 넘어선다. 가장 큰 벽은 branch에 있는 높은(사실은 나이가 드신 분들, 즉 영향력이 있는 분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연구를 모른다는 것이며, 더 큰 문제는 site visitor들 역시 대부분 내가 연구하는 분야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을 하는지 설득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대단한 연구를 한다는 것을 말하려면 이전에 해왔던 방식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인데 그러자니 그동안 우리 branch에서 사용해왔던 방식들이 모두 “구식”이라고 말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branch에서 오래 일해오면서 “구식”을 사용해온 사람들의 귀에는 이 얘기가 그리 곱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연구 결과들이 “구식”에 의한 것이며 그 결과 자체가 틀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혁신적이면서도 그리 많이 혁신적이지는 않은… 뭔가 애매한 말들을 40 page에 늘어놓으면서 나의 대단함을 설득해야하는 것이 바로 이 narrative의 성격이다. 태어나서 가장 어려운 글을 써본 기분이다. 약 2-3개월간의 지루한 미팅 끝에 결국 이 narrative가 완성되었다.
이제 presentation 차례이다. Presentation은 20분으로 정해져 있는데 문제는 내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배경지식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배경지식을 위한 slide를 만들자니 참으로 밑도 끝도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되는지… 마치 원시인들에게 핸드폰에 대해 설명하는 기분이랄까 하하! 하지만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분야가 다를 뿐이다. 6월에 있을 Site Visit을 앞두고 5월 내내 한사람에 3번씩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발표 연습을 한다. 오늘이 내가 처음 발표하는 날이다. 20분을 정확하게 체크하기 위해 stop watch를 놓고 한 사람이 시간을 재고 slide를 한장씩 한장씩 다같이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젯밤까지 자료를 모두 만들고는 연습을 좀 해보려고 하다가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 5시에 하원이가 아빠를 찾아 소파로 나와준 덕에 미리 연습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오늘 오전 첫 발표를 매우 순조롭게 마쳤다.
이렇게… 고생하고 배우면서 산다. 여전히 주님과 동행하며 나의 지혜와 혀를 주장하시는 주님의 세밀하신 도우심을 경험하고 있다. 때로는 주님의 섭리가 참으로 대단하시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곤한다. 멀리 이국 땅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다른 문화에 적응해 가며 그렇게 헤쳐나가고 있는 내가… 때로는 스스로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아니다… 죽은 개같은 나를 세우시고 이끄시며 등에 업고 걸어가시는 내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크고 크심을 고백한다. 앞으로 남은 일정 속에서도 주님의 함께하심을 더욱 경험해야겠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원만한 조정력을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성공적인 Site Visit를 기원한다.
형부,,,여기서도 많이 배우고 가요!! 형부의 하루하루 주님을 신뢰하는 모습이 이곳에서도 선하게 느껴져요. 저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주님을 더 신뢰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다음주에 뉴욕가는데 동부방문 기념으로 승연언니에게 전화드릴게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