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끼 연속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방법(?)

No. 182 Name 이춘익 Date 2001.09.25 19:31 Comments 0

오늘도 고픈 배를 움켜지고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고 양식을 먹는 일이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오늘은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학교에 왔다. 2교시 수업을 끝내고 12시 Shands병원에서 있을 프로젝트 미팅에 가기 전까지 2시부터 있는 실험 수업을 대비해야만 했다. 하지만, 춘식이형의 논문과 관련하여 Dr. Bolch와 상의할 것이 있었고, 그는 오전 밖에 시간이 없었기에 자료들을 준비하여 그의 방을 찾아갔다. 하지만, 교수님은 Dr. Hintelang과 프로젝트 미팅 때 Dr. Williams에게 질문할 것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해 보였다. 결국 몇번 찾아가다가 점심식사 시간을 놓치고, 실험 수업 준비도 못한채 병원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물론 병원에서의 미팅은 많은 도움이 되었고 유익했다. 하지만, 나는 또 Wendy’s에 들려서 햄버서 셋 #4번을 사와야만 했다. 그런데 왠걸? 같은 프로젝트에 있는 프랑스 아이가 같이 먹자고 내 연구실까지 따라왔다. 왜 하필 지금이람… 그는 내 영어를 잘 못알아들어서 내가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학생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냥 가라고 하겠는가… 결국 햄버거 먹으면서 나는 실험 준비를 하고 그 친구는 심심해 하는 것 같아서 영생지를 주어 읽어보도록 하였다. –;

프랑스 사람은 철학적이라고 누구한테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것 같았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나의 실험 준비시간을 깍아먹고서는 유유히 사라지는 그를 향해 그리스도의 제자 이춘익이 무어라 원망의 말을 할 수 있을까? –;

하나님의 은혜로 실험 시간 전에 있는 퀴즈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시간의 실험 시간을 다 채우도록 우리 조는 실험을 끝내지 못해서 식은땀을 흘려야했다. –; 실험 조교인 또 다른 프랑스 사람 디디에이의 굴러가는 프랑스식 영어 설명에 힘입어 그나마 실험을 마칠 수 있었다.

연구실로 돌아오니 Jim이 인생의 모든 짐을 혼자서 지고있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반겨(?)주었다. 사실 난 몹시 피곤했지만, 내가 뿌린 복음의 씨앗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하나님을 의뢰하며 말씀으로 교제를 나누었다. 그는 박사자격시험을 벌써부터 염려하고 있었다. 영적인 상담을 할 때는 정말 내가 조금만 더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다면…하는 답답한 마음이 마구 생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의 언변을 의뢰해 왔는가도 생각할 수 있는 것같다. 우리는 빌4:6,7 말씀을 붙들고 함께 간절히 기도했다.

저녁에 식당에 갔더니, 이렇다할 먹을 것이 없었다. 사실 먹을게 없는게 아니고, 먹고 싶은 것이 없는 거지만… 그래서 또 햄버거를 집어들었다. 감사기도를 간절하게 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온갖 한국 음식들을 떠올려 보았다. 갈비찜…잡곡밥…명란젓…나박김치…식회…빈대떡…꿀꺽 –; 하나님께서는 나의 상상력을 사용하셔서 연속 두끼를 먹는 햄버거였지만, 엄청난 식욕으로 먹어치우도록 하셨다.

지금은 연구실에 와 앉아있다. 최근에 힘을 많이 얻고 있는 강명식 형제의 “그가 아시니”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쓴다. 예전에 여름 수양회 때 자매들이 참 은혜스럽게 불렀었지… 비록 햄버거가 내 육신의 배를 채우고 있지만, 내 영혼의 배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신 그분의 사랑과 은혜, 성령님의 충만하심이 함께 하시니 이곳은 또 천국으로 변한다.

“오직 그 분 나의 가는 길 홀로 아시는 그분만.. 의지하리….”

그렇게 귀에 거슬리던 에어컨 팬 소리가 싫지 않은 저녁이다…

essay_choo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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