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과 송편

No. 254 Name 이춘익 Date 2002.09.25 23:19 Comments 2

바빴던 걸까. 최근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건 바빴기 때문이 아니라 분명 생각이 깊지 못해서였던게다.

지난 주 목/금에 플로리다 의학물리학회가 열렸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차로 3시간 남짓 걸리는 곳에서 학회가 열렸기에 직접 운전하여 학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아직 운전은 초보이나 지난 여름 춘식이형과 함께 Tampa까지 내달렸을 때 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어 감사했다.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주간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은 항상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 같다. 도로변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터진 타이어들을 볼 때면 더욱 그랬다. 그렇다 나는 왠만한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주변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조금 생겨 오랜만에 교외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어 감사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도 보고 악어가 나올 것 같은 늪지대도 보았다.

첫 날 저녁에 학회 사람들과 함께 배에서 밥을 먹었다. 밤이라 바다에 뭐가 보일까 했는데, 보름달이 두둥실 떠 있었고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가득했다. 한국에서 추석을 멋지게 보내고 있을 형제 자매들 얼굴이 떠올랐고 겨울에 가면 반갑게 인사 나누리라 생각했다.

학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 선배의 제안으로 해안에 잠시 들렸다. 해운대처럼 넓은 백사장이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처럼 보이는 아줌마와 아이들이 보일 뿐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예쁜 갈매기 떼가 반겨주었다. 나름대로 살아가기 힘든 새들이겠지만 바쁜 일상을 접고 잠시 들린 내게 이들의 삶은 참 여유로와 보였다.

장시간의 운전 탓인지 근육통으로 잠시 시달렸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들은 안일했던 마음을 다시 추스리게 한다. 저녁에 한국 음식점에서 송편을 사서 저녁 대신 먹었는데 가족들이랑 함께 빚어 먹던 송편을 떠올리면 잠시 웃어볼 수 있어 좋았다.

Comments 2

  1. 현수 2001.11.29 10:00

    오랜만에 소식을 듣게 되서…좋네요..^^..겅강히 지내세요.. [09/26-19:27]

  2. 이춘익 2001.11.29 10:00

    현수야 형은 겅강히(?) 잘 지내고 있어 ^^; 너야 말로 겅강해라 졸업작품 잘 마무리 하고~ 한국 가거든 맛있는거 사먹으러 가자 [09/30-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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