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No. 71 Name 이승묵 Date 2003.11.12 23:22 Comments 2

지난여름, 방 천장 가운데가 곰팡 슬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심하게 곰팡 슨 천장 한 가운데를 네모나게 도려내었다. 슬래브에 맺힌 물방울이 간헐적으로 뚝뚝 떨어졌다. 우선 방바닥에 대야를 놓고 낙수를 받았다. 누수(漏水)탐지 전문 업체에 검사를 의뢰하였다. 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다섯 시간 넘게 검사했지만 허탕을 쳤다. 위층의 군데군데를 하나하나 파보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게 되었다. 설비기사를 불렀다. 방, 화장실, 보일러실, 욕조 배수구 등 의심스러운 부분을 하나하나 파보았다. 그러나 어디서 물이 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첨단 장비도 설비기사도 손을 들고 말았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아내의 제안으로 위층의 다용도실 타일바닥을 파보기로 마음먹었다. 예의 기사를 다시 불렀다. 다용도실 공사를 부탁하였더니 망설이기만 하였다. 연속된 실패로 기가 죽어 있던 터라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마음을 편하게 갖도록 다독거렸다. 얼마 후, 타일 바닥을 파는 굴착기 소리가 온 집안을 흔들었다. 반나절 공사 끝에 드디어 누수 원인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다용도실 외벽의 수도관이 너무 얕게 묻혀 동파되었던 것이었다. 수도관을 교체하였다. 이내 천장의 물이 딱 멎었다. 천장 도려낸 데를 합판으로 막고 온 천장을 새로 도배하였다. 감쪽같이 원상회복 되었다. 누수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Comments 2

  1. 이춘식 2003.11.13 07:01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랜 기도제목이었는데 뒤늦게 응답해주신 하나님의 뜻이 있을것 같습니다. 제 삶에서도 이렇게 물이 새듯이 은혜가 새어나가는 틈이 없는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2. 이춘익 2003.11.16 08:05

    아버지 어머니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얼마나 많으셨어요. 깊게 묻힌 수도관이 동파되지 않듯이 하나님의 은혜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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