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수리할 일이 생기면 S설비를 부른다. 얼른 오지 않는다. 조바심이 나서 다시 찾아가 부탁한다. 애가 탈대로 타 지칠 때쯤에서야 나타나서는 갖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일만 해도 그렇다. 약간만 손보면 될 법한 것도 크게 헤집어 놓고 일한다. 수리비도 턱없이 비싸게 부른다. S설비는 매번 그런 식이었다.
어느 겨울날 아침, 옥외 화장실 물통이 고장 났다. S설비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였다. 금방 오겠다던 사람이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또 찾아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사람이 온데간데없었다. 발길을 돌려 인근에 있는 딴 가게를 찾아보았다. 태양설비, 일을 부탁하자 단숨에 달려와 고치곤 별 것 아니라며 수리비를 받지 않았다. 나는 너무 고마워서 얼마를 건네려 했더니 굳이 사양하며 너털웃음을 남긴 채 총총히 사라졌다. 그날이후 태양설비는 우리 집의 각종 수리를 맡았고 불변의 단골이 되었다. 태양설비, 그 주인은 수도꼭지 하나라도, 부탁만 하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달려와 고쳐주고 간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웬만한 공사는 거의 잡부를 쓰지 않고 혼자서 한다. 반나절 일은 점심을 먹고 와서 한다. 해머를 쓸 때는 매우 조심스레 한다. 사전에 공사계획을 내놓고 동의를 구한다. 사후엔 공사에 든 재료와 가격을 소상히 밝힌다. 공사 쓰레기는 깨끗이 치워간다. 그는 항상 웃으면서 일한다. 자기가 하는 일이 돈벌이가 아니고 남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 집 설비 주치의다. 그는 불황을 모른 채 성업 중이다. 언제나 밝은 사람, 그래서 상호도 태양설비인가.
| No | Title | Name | Dat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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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 아버지의 글을 기다리며 | 이춘식 | 2002.04.30 |
| 52 | 파격 (1) | 이승묵 | 2002.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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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 수동드릴 (1) | 이승묵 | 2002.03.03 |
| 49 | 이물 (1) | 이승묵 | 2002.02.19 |
| 48 | 로미와 주리 (2) | 이승묵 | 2002.02.07 |
| 47 | 기다림 | 이승묵 | 2002.02.05 |
| 46 | 석두 (2) | 이승묵 | 2002.02.03 |
| 45 | 백열등 (1) | 이승묵 | 2002.01.17 |
| 44 | 안코 체조 | 이승묵 | 2002.01.01 |
| 43 | 세모에 | 이승묵 | 2001.12.31 |
| 42 | 한 | 이승묵 | 2001.12.25 |
| 41 | 전쟁3 | 이승묵 | 2001.12.24 |
| 40 | 세상살이 | 이승묵 | 2001.12.14 |
| 39 | 양보 | 이승묵 | 2001.12.11 |
| 38 | 흔들의자 | 이승묵 | 2001.12.11 |
| 37 | 압살롬의 머리털 | 이승묵 | 2001.10.11 |
| 36 | 전쟁2 (1) | 이승묵 | 2001.09.28 |
| 35 | 전쟁 | 이승묵 | 2001.09.15 |
| 34 | 할머니 안녕 | 이승묵 | 2001.08.08 |
| 33 | 어디서나 | 이승묵 | 2001.06.14 |
| 32 | 가뭄 | 이승묵 | 2001.06.14 |
| 31 | 있는 그대로 | 이승묵 | 2001.06.08 |
| 30 | 바람아 | 이승묵 | 2001.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