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남기는 버릇…

No. 199 Name 이춘익 Date 2001.11.16 14:01 Comments 0


내게는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하나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고치려고 하지 않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그것은 음료수를 마실 때나 뭔가를 먹을 때 조금씩 남기는 습관이다. 두었다가 나중에 먹으려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무의식중에 뭔가를 조금씩 남기고 있다.

비록 성장해서는 좀 고쳐졌지만, 어렸을 때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러는 경향이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살이 찌지않고 비썩 마른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맞는 말씀인 것도 같다. 지금도 난 여전히 보통사람들보다 체중이 덜 나가니 말이다.

최근에 학생증으로 자판기 음료수나 자판기 과자를 먹을 수 있는 account를 열어서 자판기 음료를 종종 마시게 되었다. 빈 음료수 병들을 정리하다가 나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두 병에 모두 비슷한 양의 음료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하고는 내 책상앞에 놓인 그저께 식당에서 가져온 커피컵을 흔들어 보니, 두껑이 닫힌 그 컵에도 비슷한 양의 커피가 남아있는 듯 했다. –; 지난 주일에는 아파트에서 청소를 하다가 펩시캔에 남긴 콜라에 곰팡이가 생긴 것을 세면기에 버린적도 있다. ..a

무엇인가 모자란다는 느낌보다는 여유가 있고 풍성하다는 느낌을 선호하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다. 더 먹고 마시고 싶은데 남은게 없어서 국그릇 바닥을 긁는 것보다는 더 먹을 수 있는 양이 얼마든지 있지만, 이정도로 만족하겠다는 쪽이 더 여유있어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 보면 나의 이런 생활 습관에 문제점도 있는 듯 하다.
어떤 일을 할 때,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갖고 끝까지 매듭을 짓기 보다는, 다소 여유를 부리는 계획을 갖고 시작하다가 다 끝내지 못하거나 마지막이 되어서야 허겁지겁 하게 되는 수가 생기게 되니 말이다. 문제가 많다 정말.

최근 경건의 시간 말씀이었던 벧전2:16 이 떠오른다.
“자유하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우는데 쓰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종과 같이 하라”
내게 주신 여유(?–;)와 자유가 있다면,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열심에 더 불을 지펴야 하겠다. 돌아보아야할 영혼의 필요가 있음에도 남겨두어 방치하거나 다음 기회로 미뤄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며칠 동안 방치된 남아있던 음료수를 다시 마시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듯이, 영혼의 필요를 방치했을 때 그것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 열심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김**형제에게 전화를 걸어 교제 약속을 청해본다.

essay_choo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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