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No. 83 Name 이승묵 Date 2007.04.14 01:23 Comments 1

우리 집 컴퓨터가 고장 났다. 에러 메시지가 뜨면서 부팅이 안 되었다. 윈도우XP를 다시 깔까. 그러나 플로피 디스켓 4장으로 윈도우2000을 깔아본 경험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건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선뜻 손을 못 대고 망설이다가 급한 일은 노트북에게 맡길 요량하고 뱃심을 부렸다. 그러나 염려한 대로 설치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아들한테 전화해서 몇 가지 설치요령을 알아냈다. 자문 받은 그대로 했더니 순조롭게 깔렸다. 이어 아들의 면밀한 원격 지원 아래 부대작업이 진행되었고 장치관리자에 떴던 여러 개의 노란 물음표들이 다 잡히고 컴퓨터 수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죽었던 컴퓨터가 되살아 난 것이다. 가슴이 부듯하였다. 그날은 마침 부활주일이었다. 컴퓨터의 되살아남이 일시적 소생이라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영혼과 육체의 영원한 부활이다. 만약 부활이 없다면 기독교는 허구(虛構)요 나의 믿음은 허망(虛妄)이며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음으로 부활을 본다. 황사가 가신 하늘이 더없이 맑았다. 한바탕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Comments 1

  1. 이춘식 2007.04.15 07:43

    절대로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윈도우 깐다는거 때로는 저 자신도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부활절 주일에 일어난 일이라 의미가 깊었군요 ^^ 여기서도 Easter Sale이 각 매장에서 진행되었지만 부활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죠. 매일 매일 부활을 묵상하며 살겠습니다.

essay_mooksee

No Title Name Date
79 힘들어도 (1) 이승묵 2006.05.12
78 간절히 (1) 이승묵 2006.05.12
77 불편하므로 (2) 이승묵 2006.05.12
76 매봉 등산 이승묵 2005.10.09
75 콩을 기르며 (2) 이승묵 2005.08.28
74 물난리 (1) 이승묵 2004.08.08
73 시동이 걸렸다 (1) 이승묵 2004.03.13
72 플로리다 여행 (1) 이승묵 2004.03.13
71 누수 (2) 이승묵 2003.11.12
70 태풍이 지나간 숲 (1) 이승묵 2003.10.02
69 우상 (1) 이승묵 2003.08.31
68 폭포 앞에서 이승묵 2003.06.15
67 니모를 찾아서 (1) 이승묵 2003.06.15
66 봄은 왔는데 이승묵 2003.04.07
65 야베스의 기도 이승묵 2002.12.22
64 문조를 보내고 이승묵 2002.11.19
63 함께 함 이승묵 2002.11.12
62 모과 한 개 (2) 이승묵 2002.09.23
61 충고 이승묵 2002.07.09
60 문조의 털갈이 이승묵 2002.07.09
59 체벌 이승묵 2002.07.06
58 이승묵 2002.07.01
57 만두 이승묵 2002.05.30
56 타자 연습 이승묵 2002.05.15
55 (1) 이승묵 200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