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일을 지나며

No. 47 Name 이춘식 Date 2000.12.29 02:07 Comments 0

나이가 들면서 생일의 의미가 희석되어간다. 어릴 적엔 나이를 먹어가며 가슴두근거리는 기대를 안고 살았다. 하지만 스무살이 넘어서, 아니 그보다 오래전, 내 생각에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세월이 참 빨리 흘러갔다. 세월이 빨리 간 것은 한편 감사거리다. 그만큼 주님 주신 인생을 즐기며 가는 시간이 아쉽지만 후회도 없는 젊은 날을 보냈으니 이보다 감사한 일은 없다.

73년 12월 29일에 네가 태어났고 74년 12월 29일에 첫번째 생일을 맞이했으니 올해로 꼭 27번째 생일을 맞이하는구나. 네가 태어날 때에 대한 기억은 없다. 내가 태어난지 20개월 후의 일이니 전혀 기억이 없다. 성장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아버지말씀을 빌리면 강아지싸움이라 하여 악의가 없는 싸움이었다. 어릴적 너는 잠이 많았고 약간은 게으른 편이었지만 머리가 비상하여 뭐든지 잘한다고 하여 어머니께서는 널 잘잘박사라고 불렀다.

자전거배우는 일화를 아버지께서 들려주셨던 것이 생각난다. 세발 자전거가 생기자 나는 무조건 타고 자빠지고 또 타고 자빠지면서 그 원리를 배운 반면 너는 쉽사리 뛰어들지 않고 내가 넘어지는 장면을 여러번 관찰하다가 어느날 한번에 자전거를 타더라는 거였다. 그렇게 나는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넌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자라왔다.

신앙에 눈을 먼저 뜬 것은 너였다. 일찌기 교회의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즐기며 하나님을 알아갔지만 나는 교회에 가기에는 너무 잘났고 바빴던 것 같다. 날 위해 기도했겠지만 난 중3이 되어서야 하나님을 찾게 되었으니 이 면에서 넌 나의 선배다. 네비게이토형제들을 만나 배웠던 좋은 것들을 네가 고3때 나누어주었고 너는 공부로 바쁜 상황에서도 그대로 따라했었다. 가끔 부산에 갈 때면 너의 성장한 모습에 놀라곤 했다. 그 때 경건의 일기를 혼자서 적고 있었고 60구절을 모두 암송했었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너를 찾는 것이 안전했다. 그래야 결정 후에 후회가 없었다. 컴퓨터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너를 찾는다. 주어진 기능에만 빨리 숙련되어 이용하는 나와는 달리 현재보다 나은 기능을 찾고 생각하는 것이 너였다. 어떤 일이건 맡기면 나의 생각을 간파하고 확실하게 해내니 내가 하는 일처럼 완벽하게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너로 인해 하나님께 깊이 감사한다. 27번째 생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너의 앞길을 위해 축복기도를 올리는 것이리라.

보라 내가 너를 연단하였으나 은처럼 하지 아니하고 너를 고난의 풀무에서 택하였노라 내가 나를 위하며 내가 나를 위하여 이를 이룰 것이라 어찌 내 이름을 욕되게 하리요 내 영광을 다른 자에게 주지 아니하리라 (사48:10-11)

이 약속이 너의 삶에 풍성하게 이루어지기를 구한다. 은처럼 쉽게 연단치 않으시고 고난의 풀무에서 연단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주님의 영광이 너를 통해 세계 만방에 빛나기를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의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영적 거장이 되기를 기도한다. 더욱 영적으로 깊어지고 또 깊어지며 더 많은 사람을 안아주며 들어주고 그들의 발을 씻을 수 있는 용량있는 일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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