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M 2008에 다녀오다

No. 310 Name 이춘식 Date 2008.06.30 22:36 Comments 1

몇주전 SNM (Society of Nuclear Medicine)이라는 학회에 다녀왔다. Florida에서 1시간 반 정도 비행기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New Orleans라는 도시에서 열린 학회였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외로웠지만 주님과 동행하며 즐거웠다. 우리 집이 있는 Gainesville에서 Jacksonville이라는 동네까지 차로 1시간 반을 달려가 차를 parking하고 비행기로 갈아탄 뒤 1시간 반을 날아가서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도착했다. 총알같이 빨리 달리는 무서운 택시를 만나 안전벨트만 꽉 붙들고 손에 땀을 쥐며 기도하는 동안 호텔에 도착했다. 나중에 학회를 마치고 공항으로 오는 택시에서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총알택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졸음운전 택시라는 것이었다.

학술대회 기간 2박 3일간 Bolch교수와 같은 호텔방을 사용했다. 교수님이 돈을 아낀다고 그렇게하셨는데 다소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같이 지내면서 친해지고 싶은가보다… 생각하며 즐기기로 했다. 함께 생활하며 소박한 교수님의 삶을 더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손때묻은 가방, 300만화소 정도 되어보이는 구형 디카, 손때가 또 묻은 오래된 세면도구 가방 등등. 엘리베이터에서 이제 슬슬 노트북을 바꿔봐야겠다고 말하는 순간 소박함의 극치를 보게되었다. 교수님 노트북은 Dell에서 나온 4-5년 되어보이는 저렴한 노트북… 먼저 자야되는지, 주무실 때까지 기다려야하는지… 그러던 중에 엄청 졸리게 되었고 결국 자도 되냐? 물어보자 교수님도 기다렸다는 듯 자기 침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누워서 시작된 연구 얘기는 꽤 길어져 논문 몇편이 벌써 나온 것 같았다. 둘째날 저녁에는 엄청 유명한 교수들을 모아서 Bolch교수님이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교수님 왈 very impressive individuals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말로만 듣던 유명한 사람들이었는데 직접 보니 그야말로 교수님 이상으로 소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착하고 humorous하고 겸손한 것 같았다. 특히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이제 막 미국말이 들리기 시작한 나로서는 대화의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SNM학회는 내가 참석하고 있는 학회 중 가장 규모가 큰 학회이다. 나름 떨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준비했다. 영어발표를 여러번 하면서 알게된 노하우는… script를 써서 외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그렇다고 준비없이 그냥 나가도 진땀을 흘릴 수 있고… 제일 좋은 것은 그냥 slide를 보고 진짜 발표 하듯이 몇번 해보는 것이다. 중요하다 싶은 큰 학회에서는 대략 5번 정도, 좀 작다 싶은 학회에서는 2-3번. 연구실 내 meeting에서 발표는 그냥 해도 되었던 것 같다. 이 학회의 경우 5번 정도 연습해보고 나가서 쭉 발표했는데 질문은 없었다. 큰 학회일수록 질문이 없었다.

마지막 날은 하원이에게 약속한 장난감과 초콜렛을 사기 위해 근처를 잠시 다녀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주변을 보니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미시시피 강을 따라 놓여있는 긴 쇼핑몰이 있었고 거기서 하원이, 두원이 T-shirt를 한벌씩 샀다. 하원엄마를 위해서도 뭔가를 사려고 한참 다녔지만 정말이지 마땅한 것이 없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아이들 것만 챙겼다. 그래도 하원이에게 약속한 장난감과 초콜렛이 마음에 걸리고 또 걸려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신기한 마술펜과 반짝거리는 포장의 초콜렛 2개를 샀다. 이것 말고도 사실은 학회에서 전시회를 다니며 주워모은 신기한 물건들(오색이 빛나는 컵, 등 안마하는 도구, 색색가지 볼펜들) 역시 하원이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하원이에게 하루에도 전화가 몇통이나 왔는지 모른다. Speed-dial을 익힌 하원이는 손쉽게 나에게 전화를 건다. 나중에 하원엄마에게 들은 얘기는 하루에도 여러번 혼자 앉아서 ‘아빠 좋아’, ‘아빠 보고싶어’ 이런 얘기를 하면서 때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2박 3일의 학회기간동안 성경읽기도 많이 하고 좋은 경험들을 하게 하시고, 교수님과도 의미있는 시간들을 가지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Comments 1

  1. 경민 2008.07.14 02:18

    New Orleans는 허리케인으로 도시가 많이 파괴되 있었고(지금은 많이 복구되었겠죠^^) 거대한 자연앞에 사람들의 연약함을 느끼게 하는 도시였던것 같아요…^^ 영어 발표 노하우 따라가려면 저는 연습많이 해야될것 같아요^^ 전 아직도 영어로 얘기하는건 부담 많이 되는데ㅎ
    하원이 전화하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지네요~

essay_cho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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