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ome kind of slower…

No. 170 Name 이춘익 Date 2001.08.31 13:15 Comments 0

미국 학생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학생들은 아무데서나 공부를 하는 경향이 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일본어 가타가나를 쓰고 있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식당에서 큰 책을 별쳐놓고 공부하는 학생이 있고, 커피샾 같은데서도 뭔가를 먹으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과 건물 옆에는 널다란 잔디밭이 있는데, 거기서 나무 그늘에 앉아 웃통을 벗고 열심히 뭔가를 읽는 학생들도 있다. 아직은 신학기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입는 것이나 꾸미는 것보다는 공부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예사롭지는 않다.

한 번은 식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에게 밥을 먹으면서 왜 식당까지 책을 갖고 와서 보고 있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I’m some kind of slower…”

대답인즉 자신은 보통 사람들보다 이해력이 좀 떨어져서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는 것 뿐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능력이 좀 부족하다면 더 많이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어떤 사람(나를 비롯한)에게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잘 안되는 영역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지만, 그 영역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 좀더 노력을 해서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아닌가.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잘 안되는 영역이 있으면, 그 영역에 대해서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깨달음이나, 그 은혜의 깨달음이 부족하게 여겨진다면,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I’m some kind of slower…”
어느 미국 학생의 이 말 한마디는, 그 보다 눈치가 빨라서 더 빨리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우월감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게으름을 일깨워주는 경고의 목소리로 다가왔다. 하나님께서는 그와 같이 겸손한 자세를 가진 사람에게 부어주실 은혜가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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