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집 뒷쪽에 고장난 벽시계가 있었다. 내가 이 집에 이사온 뒤로 계속 보아왔던 벽시계였고 오랜시간 비를 맞고 먼지가 쌓여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겉모양이나 색상도 옛날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다시 사용할 엄두는 나지 않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재활용쓰레기인지 일반쓰레기인지 분간이 서지 않아 모두들 망설이는 사이에 시간이 많이 간 것 같았다.
거실에 벽시계가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에 지난 일요일 오전에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여 그 시계를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어릴적 뭔가를 분해하고 고치고 하던 그 순간순간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먼지가 뿌옇게 묻어 있어 조심스럽게 시계를 분리하여 시계의 심장부 장치를 꺼내어 먼저 새 건전지를 끼워보았다. 예상대로 시계의 톱니바퀴들은 1초마다 정확하게 움직였다. 매우 기뻤다. 시계 앞쪽의 유리를 떼어내고 숫자판과 몸체에 쌓인 먼지를 씻어낸 뒤 걸레로 깨끗이 닦아내고 시계유리에 써있는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색바랜 금색글씨를 아세톤으로 지웠다. 그리고는 유리와 몸체를 다시 조립하여 시계를 완성하였다. 비록 초침이 2초에 한번씩 움직이는 불규칙한 운동을 하였지만 다행히 분침과 시침은 정확하게 시간을 가리켰다. 모두들 시계를 보며 기뻐하였다.
쓸모없는 나의 인생을 부르시고 닦아주시고 씻어주셔서 새롭고 가치있는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을 떠올린다. 가치없는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그 분의 전공이다. 새로운 삶을 은혜로 거저 받았으니 이제 나의 남은 생을 가치잃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가치있고 목표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로 보내고 싶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후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