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적인 섬김

No. 284 Name 이춘식 Date 2007.03.24 14:38 Comments 0

한국을 다녀와서 여러가지를 느꼈지만 그 중에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이 나름대로의 소득이었다. 변하는 것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쁘게 변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몇년 안되는 미국 생활에서 얻어진 소산(?)이랄까…

한국에 있는동안 주차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고 친지를 통해 3주간 은혜로 사용하게 되었던 차를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인근 아파트 주차장을 부득이하게 이용했다. 오랜 비행시간에 지치고 서울의 공기 또한 한몫을 하여 딸 하원이는 약한 폐렴 증상을 보여 소아과 의사의 처방으로 벽에 걸어놓고 맞는 주사(?)를 7시간동안 맞아야했다. 일단 병원에서 주사를 꽂고 근처 홍진형제 집으로 자리를 옮겨 7시간을 버틸 계획을 세웠고 차로 하원엄마와 하원이를 실어다주고는 혼자 인근 아파트 주차장까지 가서 주차를 하고 걸어서 홍진형제집으로 다시 왔다. 걸어서 약 10분 거리…

하지만 하원이는 규리네 가족과 몇몇 이모들과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누워서 자기보다(기대했던 행동)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으니 엄마는 주사약을 들고 따라다녀야하는 힘겨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1시간 가량이 흐른 뒤 모두 고심끝에 차라리 역삼동(처가, 당시 숙식을 하던 곳)으로 옮겨서 하원이를 재우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하원엄마와 하원이를 역삼동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바로 그 순간 10분여를 다시 걸어 차를 가져오는 수고를 선택하기 보다 쉽게 택시를 이용해서 하원엄마와 하원이만 가는 것이 어떠냐는 어이없는(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음) 말을 내뱉고 말았으니…

주사약을 들고 하원엄마(임산부)와 하원이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혹시나 하원이가 잠이 들면 상황은 더더욱 힘들어 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편의를 계산하는데 빨랐다. 하지만 잠시 후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 끝에 내가 아파트 주차장으로 걸어가서 차를 다시 가져오기로 하였고 하원엄마와 하원이는 무사히 역삼동으로 옮겨졌다. 예상대로 하원이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 희생적이지도 않은 작은 일에서 뒤로 물러났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한편 놀라웠다. 어느새 나 자신의 무언가를 희생하고 고생하고 땀 흘리며 누군가를 섬기려는 마음이 점차 희미해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쾌적한 air conditioning 속에서 깨끗한 옷에 편리한 차에 넓은 주차장… 환경 자체가 편리하니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도 적고 그런 도움을 줘야할 상황도 적은 곳이 미국이었다. 2년간의 생활에서 잃을 뻔한 한가지를 이제야 발견했고… 그리고 그런게 또 없는지 생각해봐야겠다.

오후 시간을 이용해 자신을 돌아보며 하원엄마와 하원이가 낮잠을 청하는 동안 세차를 하고 하원엄마와 하원이 운동화를 빨았다.

essay_cho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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