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연구

No. 249 Name 이춘식 Date 2006.04.17 21:09 Comments 8

오늘 춘익과 같이 차를 타고 오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어느새 10년동안 같은 주제로 연구를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997년부터 voxel phantom이라는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니 이제 10년여를 같은 우물을 판 셈이된다. 1997년이면 내가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이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이재기 교수님의 강의 중 advanced dosimetry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그 과목에서 독일에서는 새롭게 voxel phantom이라는 것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말씀하셨다. 최초의 모델인 BABY와 CHILD가 1989년에 GSF에서 개발되었으니 개발 이후 8여년이 흐른 셈이다. 1995년에 NORMAN(성인남자모델)이 나오고 1997년에 ADELEIDE(청소년여자모델)가 나왔으니 내가 강의를 듣고 있는 동안에도 Caon은 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교수님께서는 여기서 누가 이거 해볼 사람 있냐고 하셨고 내가 그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침 그 일을 해보려는 생각을 한 그 때 이재기 교수님께서는 표준한국인설정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셨고 그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가 voxel phantom의 개발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일은 진행되었고 재정적인 지원도 든든하게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제일 빠른 CPU로 매번 교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춘익도 같은 연구실에 들어오게 되었고 최초의 한국인 여자 voxel phantom을 개발하고 졸업을 한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 때가 2001년이었으니 세계적으로도 뒤쳐지지 않는 시기였다.

당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선행연구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독학으로 일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Zubal이라는 사람이 개발한 머리 voxel phantom을 얻어서 시범적인 작업을 시작했고 하루 하루 고민하고 문제가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신이 났다. 물어볼 사람은 없었으나 나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 advisor가 계셨으니 다름아닌 하나님이셨다. 연구가 막힐 때면 기도하고 그 때면 어김없이 막힌 담이 헐리고 길이 열리는 경험을 수없이 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도 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교내 연구소인 iTRS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꾸준히 voxel phantom에 대한 연구를 했다. 약 2년간의 시간동안 혼자서 그 일을 한 셈이다. 처음 1년간은 여전히 표준한국인과제에서 지원을 받았으나 나머지 1년은 혼자서 연구를 했다. 아무도 그걸 연구하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이해가 안가지만 한가지 동기가 있었다면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4편 정도의 논문을 쓸 수 있게 해주셨고 그것이 기초가 되어 지금 포닥을 하고 있는 이곳 University of Florida의 Dr. Bolch와 접촉하게 된 것이다. Dr. Bolch 역시 voxel phantom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아기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사실은 춘익이가 유학 와서부터 계속 한 일이 바로 아기들 모델 만드는 것이었고 모두 5명의 아이들을 만들고 이번에 졸업하게 된다. 그 아이들의 팔다리를 다는 일부터 시작해서 방사선을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여러가지 계산을 했다. 하나하나가 춘익의 dissertation에 도움이 되어 1석2조의 효과를 본 셈이다.

그렇게 아이들 만드는 일이 끝나갈 무렵인 작년 말, Dr. Bolch를 통해서 hybrid phantom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보도록 부탁을 받았고… 박사도 졸업했고 포닥을 하면서 이제 안정을 찾고 그동안 한 연구로 논문이나 많이 쓰자는 생각이 들수도 있었으나 어느새 새로운 연구에 대한 흥미가 엄청난 힘으로 나를 밀고 있었다. 이 연구는 선행연구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고 주 개발자였던 Dr. Segars와 개인적으로 접촉하며 도움을 얻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독학으로 익히고 사용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몰두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화살과 같이 날아가서 이제  어느덧 한 분야에 10여년 발을 담근 셈이 되었다. 오랜 세월을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어찌보면 축복이었다. 내 젊은 날 10년을 여기에 투자한 셈인데… 또한 그 10년을 내 사랑하는 주님과 동행해왔던 것이다. 주님께서는 10년을 한결같이 내 곁에서 걸어주셨고 밤샌 뒤 잠을 청하던 연구실에서 나를 지켜보시며 옷을 덮어주셨던 것이다. 밤에는 연구하고 낮에는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과 함께하며 참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때로는 속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나를 정결케하시는 주님의 손길이었기에 모든 순간이 보물이다. 그렇게 10년을 연구와 주님, 두가지만 알고 살아온 셈이다.

얼마전 생일이 지났으니 이제 나도 34살이다. 지난 10년을 이렇게 정리한다면 앞으로 10년, 주님께서 은혜로 내게 허락하신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10년 후 나는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으며 무엇을 하며 누구와 함께하고 있을까. 구체적인 무엇을 정해놓을 순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한결같이 주님과 동행하며 내게 맡겨주신 일, 내가 즐겁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될것이다. 그렇게 나의 삶을 가꾸어가며 주변사람들을 섬기며 살아가는 이 simple한 삶에 능력이 있다. 내 작은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으로 깝쭉거리기보다 하늘 높은 줄 알고 겸허히 하루 하루를 꾸려나가야겠다.

* 위 사진은 박사과정 당시 연구실에서 찍은 젊을때(??) 사진이고 두번째 사진은 춘익이가 여자복셀 한창 만들때 사진이다. 희귀한 사진이 남아있었다.

Comments 8

  1. 이경복 2006.04.18 10:53

    이번에도 일등입니다! 형님~ 감동입니다. ㅜㅜ
    저는 6년 동안 무인 차량 관련 영상처리 및 DSP를 H/W와 S/W를 같이 하다 보니, 이제야 조금 알수 있었습니다. 만약 도중에 포기했다면 아무것도 손에 남아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에 타협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될 때… 형님 글을 읽으며 한길 뿐이 없는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비젼에 따라 순종하며 삶을 드리는것을요.. ^^

  2. 이춘식 2006.04.18 11:57

    경복! 재밋는걸 연구하는군. 비전이라… 내 마음을 새롭게 하는 단어구만. 고마워. 언제나 화이링!

  3. 최준석 2006.04.19 05:17

    준석입니다. 한국에서의 사진 정말 젊으셨네요. 잘지내셨는지요?
    저는 석박사통합과정으로 현재 3기입니다. 석사졸업논문은 안써도 되지만 논문투고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지역경쟁력지표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수고하세요. 그리고 찬미,송미 사진하고 재명형 가족사진 퍼갑니다. 감사^^

  4. 이춘식 2006.04.19 06:36

    지역경쟁력지표라… 귀하게.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는걸. 논문투고가 필요한거라면… 다른 사람 논문에서 conclusion을 잘 읽어보면 자기가 못한 내용을 반드시 쓰게 되어있지. 일종의 future work이라고 하잖아. 거기서 논문의 방향을 어느정도 정하기도 한다. 기도할께. 화이링 ~~

  5. 봉현수 2006.04.27 20:5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진이 너무 반갑습니다.
    사진 보니..춘익형이 제 리더일때 사진 같더군요..^^..
    그때 춘식형님도 같은 연구실 옆 자리 앉아 계셨죠..
    세월 참 빠릅니다.
    늘 건강하시구요..두분 모두 언제나 멋집니다.

  6. 이춘식 2006.04.28 14:52

    귀한형제여. 먼저 제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군대에서도 좋은 열매들을 맺은 것에 감사드린다. 제대 이후에 가는 길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친밀하게 함께하시고 도와주시리라 확신하며 그렇게 기도할께. 이제 우리 같은 Soldier팀이니 서로 열심히 기도해주자구. 그럼 안녕 ~

  7. 황재혁 2006.05.15 09:58

    춘식형! 안녕하세요!
    오랜 만입니다. 저는 이번에 한양대 건축대학원에 들어와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작업하러 연구실에 왔다가 이렇게 들어오게 되었네요..ㅋㅋ
    저는 Volunteer팀에서 광일형을 중심으로 teamwork하며 배우고 있어요! ^^
    형제들과 교제하면서 저를 성장시켜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국 가신다고 하신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렸네요..(사진보니깐 지금의 모습과 별? 차이 없네요. ㅋ)
    하원이 넘 예쁘게 잘 자랐네요..
    곧 다시 뵙기를 바랄께요. 안녕히 계세요///

  8. 이춘식 2006.05.15 18:06

    귀한재혁이. 대학원 갔다는 소식 들었다. 그리고 최근 스포츠 교제에서 달리기 하는 사진 잘 봤다. 여전히 날쌘돌이 재혁인가 보구만. ^^ 대학원 들어간거 축하하고 광일형님 옆에서 열심히 돕기 바란다. 그럼 언젠가 또 한번 운동장에서 재혁이 공격을 막으려고 안간힘 다해 뛸 날을 기다리며 화이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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