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있는 커다란 네모 화분에 밥 콩으로 쓰는 까만 콩 한 움큼을 심었다. 귀여운 떡잎들이 약속이나 하듯 일제히 쏘옥 올라왔다. 콩은 무럭무럭 자라 그럴싸한 콩밭을 이루었다. 콩 한 움큼이 빚는 즐거움이 꽤나 쏠쏠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거센 폭풍이 우리 작디작은 콩 밭을 한순간에 짓뭉개버렸다. 헛농사였다. 재도전에 나섰다. 다시 콩을 심었다. 또 떡잎이 흙을 비집고 올라왔다. 콩 줄기가 웬만큼 자랐을 무렵, 이번엔 뒷산에 올라가 삭정이를 구해다 콩밭에 버팀목을 세우고 가녀린 줄기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붙들어 매었다. 연일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콩밭은 쉬이 타들어가고 고물고물한 콩 벌레들은 끈질기게 콩 잎을 괴롭혔다. 자주 콩밭에 물을 주고 콩 벌레를 사냥하였다. 보일 듯 말 듯 콩 줄기 마디마디에 보랏빛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기다리던 콩 꽃, 드디어 그 보랏빛 얼굴이 드러났다. 까만 콩알은 보랏빛 콩 꽃을 피울 때까지 실로 많은 잔손질을 원했다. 한 움큼의 콩 농사도 그러한데 하물며 귀한 사람을 기르는 일이야 말해 무엇 하랴. 학문과 가정과 육아를 얼싸안고 땀 흘리는 미국의 두 아들과 자부들에게 간곡한 권면을 전한다. 아무쪼록 육아의 때를 놓치지 마라. 영 유아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세 살이면 이미 늦다. 아이를 남에게 맡기지 마라.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할머니도 엄마 사랑을 따르지 못한다. 훌륭한 사람의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지 않느냐. 다 놓아도 어머니 자리는 지켜야 한다. 자랑스러운 아들들아 아름다운 자부들아 귀여운 하원아 규리야, 오늘도 우리는 너희를 위해 무릎으로, 오직 무릎으로 새벽을 깨운다. 싱그러운 새벽 공기, 가을이 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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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 | 익투스 | 이승묵 | 2008.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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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농사 이야기 감동적입니다. 기도의 좋은 본을 보여주시는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말만 무성하고 제맘대로 살아가기가 훨씬 매력적이고 쉬운 세대에 새벽제단을 쌓는 본을 통해 들려오는 잠잠한 외침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8/28일 글로 등록되었으니 노트북에 정상적으로 Windows XP가 깔렸다는 의미네요. 곧 데스크탑도 정상궤도에 오르도록 기도합니다.
아버지 근 일 년여 만에 올려주신 글이네요 ^^
오랜만에 쓰신 글인 만큰 교훈과 의미를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간절한 기도의 지원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