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ICT version 1.0

No. 342 Name 이춘식 Date 2011.01.19 19:44 Comments 1

연구라는게 좀 멀리서 보면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것이…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어떻게하면 시원스레 해결해주는가이고, 결국은 사람들을 어떻게 섬길까하는 매우 성경적인 고민과 같은 맥락이라고 믿는다.

Computed Tomography (CT)라는 다소 복잡한 방사선 도구가 개발된 이후 사람들의 병을 진단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그것을 발명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간편하고 놀라운 도구는 급속도로 이용이 확대되었고 급기야 사람들이 의료상 받는 방사선의 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CT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디카와 매우 흡사하여 환자를 눕혀놓고 단추를 누르면 단층사진을 얻게 된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이상만 있으면 CT진단 처방을 하고 실제 기계를 다루는 기사들은 그게 정말 디카로 생각되는지 만일을 대비해서 여러 번 단추를 누르게 되니 어떤 아이는 머리에 방사선을 너무 많이 쬐서 고리같은 화상을 입기도 했다. 화상같이 눈에 띄는 문제와 더불어 과연 CT를 찍으면 환자 몸속의 장기들은 얼마만큼 위험한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어른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도 길고 세포 분화도 활발한 아이들은 과연 안전한지, 뭔가 좀더 약한 방사선으로 찍어야되는 건 아닌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포닥을 하러 오기 전부터 나는 사람 모델을 잘 만들어 보겠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방사선과 관련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사람 몸을 제대로 컴퓨터 속에 넣어야 했다. 옛날부터 사용하던 로봇같이 생긴 모델에서 날로 날로 진보하여 급기야 Hybrid phantom이라는 실제 사람같이 생겼으면서 움직이기도 하는 Disney만화에 나오는 것과 아주 비슷한 사람 모델을 약 4년여에 걸쳐 개발했다. 신생아부터 어른까지, 핏줄도 있고 림프절 뭐 이런 것도 다 들어있는 그야말로 인조인간 가족을 만든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한 일은 다양한 방사선 기계를 컴퓨터 속에 넣는 일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CT기계였다. 플로리다 대학 병원에 설치된 기계 중 하나를 선택해서 설계도대로 컴퓨터에 넣었고 환자를 눕혀서 CT를 찍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 안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쯤 되면 실제 인간 세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들을 컴퓨터 안에서 할 수 있게 된다.

CT를 찍을 때 사람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은 환자가 CT를 찍자마자, 혹은 찍기 전에 환자가 받는 방사선의 양을 아는 것이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손쉽고 빠른 일종의 계산기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용자들의 필요를 고려하여 NCICT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종전에 시판되던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기능들이 들어있다. 사람 모델이 훨씬 진짜 사람같고 기존이 없던 아이들까지 다 들어가있다. 골수가 받는 방사선양을 제대로 계산하기 위해 최신 뼈 모델을 내장하고 있다. 뼈 모델은 Bolch 교수님이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수천명의 환자들이 받는 방사선양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batch run 기능도 내장하고 있다. 고생을 해서 만들긴 했지만 내가 미연방공무원인지라 이걸로 돈을 벌 수는 없다. 🙂

아직 시험판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이 완성되니 써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UCSF교수 한명이 자기가 이번에 제안하는 프로젝트에 자료로 내가 만든 프로그램과 몇몇 결과들을 넣고 싶어 했다. 그리고 며칠전에는 프랑스에서 한 연구원이 이메일이 와서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CT위험 연구 프로젝트에 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는 NCI에 한 연구원이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 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내 프로그램을 쓰고 싶다고 하여 전화 회의에 참여했다.

NCICT를 참 재미있게 즐기면서 만들었다. 물론 아직도 보완해야할 부분들이 많이 있어 갈길은 멀다. 내 이익을 챙기려들지 않고 사람들을 섬기려고 하다보면 하나님의 선하신 손길을 풍성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Comments 1

  1. 이승묵 2011.12.14 21:51

    겨자씨의 거룩한 비전을 보는 듯하다. 큰 나무가 되어 그 가지 그늘에 공중의 새들이 쉴 수 있도록 하는 꿈 말이다.

essay_cho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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