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짐보내기(4)

No. 209 Name 이춘식 Date 2004.12.14 02:32 Comments 1

규격확인을 다시 잘 해보라고 웃으면서 말을 했고 한 여직원이 다시 규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우체국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짐들이 또 있어서 다른 여직원이 그것을 내리고 있어 잠간동안 도와주었다. 자기가 하겠다고 했지만 내 짐 때문에 다소 복잡해진 우체국의 상황을 생각하며 도왔다. 그쯤 되자 국장이라는 여자분이 다시 나타나서는 내 짐 옮기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내가 하겠다고 하자 죄송해서 그런다며 열심히 도와주었다. 규격을 넘어서는 박스 3개에 대해서는 규격외 규정을 적용하여 박스당 만원을 더 지불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사히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옆에 서 있던 2명의 여직원 모두 같이 기뻐하였다. 박스는 하나씩 저울에 달려서 가격에 매겨졌고 8개의 박스 모두 잘 처리되었다. 8개의 박스를 모두 선편으로 보내는데 40만원이 들었다. 돈을 많이 아꼈다. 이제 무사히 도착하도록 기도해야겠다.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체국에 앉아 있으면서 화가 나려고 하는 순간 왜 화가 날까를 생각해보았다. 먼저는 내 안에 있는 기관 직원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이로 인한 일종의 피해의식이 일부 작용하였다.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원래 불친절하다는 선입견이 많이 작용한 것 같았다. 선입견은 대인관계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비행기로 비싸게 보낼 것을 배로 싸게 보내므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는 혼자서만 느끼는 일종의 열등감도 일부 작용하였다. 이것은 누가 비행기로 보낼 돈 없는 줄 알아! 하는 아무도 묻지않은 질문에 대한 혼자만의 항변이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혼자서 지어낸 여러가지 생각들이 나를 망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점점 커져가는 것이니까.

아침에 규격확인 시 말했던 것과 다르지 않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사람이란게 실수도 할 수 있는데… 아침에 말했던 것을 증거로 잡고는 오후의 다른 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이런 태도가 치명적임을 깨달았다. 분명히 아까는 이렇게 말했지 않냐… 분명히 여름수양회 참석한다고 했지않냐… 한입으로 두말하냐! 대상이 개인이건 특정 기관이건 때로는 내부 사정이나 실수에 의해서 변동되는 상황을 좀더 느긋하게 이해해주지 못하는 칼날같은 판단이 나를 상하게하였다.

이러한 생각들로부터 벗어나면서 나는 자유할 수 있었고 웃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었고 그리하여 복음의 물꼬를 트는 것이 아닐까.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주님 안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말씀에 순종할 수 있었으니 짐을 싸게 보낸 것보다 큰 소득이다. 이렇게 매일 돌이키면 언젠가 주님의 모습을 닮아가리라.

Comments 1

  1. 유승연 2004.12.14 08:14

    하원아빠^^. 짐 붙이는 일이 다소 힘들었고 어려웠지만, 같이 하면서 즐거웠고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묵상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게 되네요. 삶에서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선입견과 칼날 선 비판들을 조심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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