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는 길을 아시는 주님

No. 266 Name 이춘식 Date 2006.09.21 14:02 Comments 3

일전에 ‘은혜의 논문’이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글에 등장하는 논문에 대해 오늘 답변을 받았다. 길고 긴 시간 끝에 결국은 약간의 수정 이후 게재된다는 연락이다. 다른 논문들과 달리 이 논문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이 논문이 accept된 것이 박사학위를 받은 것보다 더 기쁘다.

그게 벌써 2002년 가을이었다. 처음 외국 저널에 논문을 써 보겠다고 Radiation Protection Dosimetry라는 저널에 논문을 한편 써서 보냈었다. 그때가 박사를 막 졸업한 뒤였고 iTRS라는 연구소에서 일종의 포닥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RPD는 지금 생각하면 그리 까다롭지 않은 저널이나 당시에는 매우 높은 벽으로 보였다. 세월이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논문의 제목은 “Modification of the MIRD phantom based on the comparison of the dose calculation with the Zubal phantom”이었다. 다소 challenging한 제목이면서 또한 이 분야 다른 연구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제목이었다. 당시 참으로 모자라는 영어실력으로 어렵게 어렵게 논문을 써서 보냈지만 답변이 매우 장황했고 까다로웠다. 당시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역시 안되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단 수정을 요구하는 답변이 왔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또 그런 민감한 논문에 대해서 그런 발끈(?)하는 답변이 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논문의 내용은 기존에 사용되던 MIRD형 논문을 수정해야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수정할 부위는 (1) 팔부분, (2) 갑상선, 그리고 (3) 몸통부분이었다. 논문의 중요 부분까지 모두 수정을 하고 그에 따라 바뀌는 결과들을 모두 수정해서 다시 보냈다. 당시에는 RPD가 우편으로 논문을 받고 답변도 우편으로 올때라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 2차 수정까지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reject되었다. 해외 저널의 벽이 이렇게 높은가 하는 실망감이 매우 컸지만 지금 생각하면 논문의 논리 전개나 review에 대한 답변 등 미흡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했다. 비영어권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나로서는 좋은 도전이었고 경험이었다.

당시에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논문을 위해서 하원엄마랑도 꽤 기도를 했었는데 기도했던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접어두었던 논문. 얼마후에 그 논문의 세가지 주제 중 (3) 몸통부분 수정에 대한 논문을 한국방어학회지에 제출해서 accept되었다.

C. Lee, S. Park, and J. K. Lee, “Modification of trunk thickness of MIRD phantom based on the comparison of organ doses with voxel phantom,” J Korea Asso Radiat Prot 28:199-206 (2003)

그 이후 미국 포닥을 준비하면서 미국 저널인 Medical Physics에 또 하나의 주제였던 (2) 갑상선 수정에 관한 논문을 보냈다. RPD보다 훨씬 어려운 저널이었으나 주님의 긍휼을 믿고 보냈다. 감사하게도 지금 나의 boss인 Bolch교수께서 그 논문 review를 맡게 되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2번의 수정을 거쳐서 두번째 논문이 accept되었다. RPD보다 좋은 저널인 Medical Physics.

C. Lee, C. Lee, and J. K. Lee, “The effect of unrealistic thyroid vertical position on thyroid dose in the MIRD phantom,” Med Phys 31(7):2038-2041 (2004)

그리고 또 하나의 주제였던 (1) 팔부분 수정에 대한 논문이 바로 이번에 Physics in Medicine and Biology에 accept된 그 논문이다. 결국 처음 시도했던 한편의 논문이 모두 세편의 논문을 포함하고 있었던 셈이다. 당시 박사 초년생인 나에게는 논리가 엉기고 복잡해진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주님의 나를 향하신 은혜를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나보다 더 큰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두번째 논문은 내가 미국 포닥을 지원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세번째 논문은 논문이 필요한 포닥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기도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이해하려 애쓰거나 불평하지 않겠다. 그리고 훗날 ‘아하 바로 이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구나!’라고 기뻐 뛸 날을 기대하고 기다리면 된다. 또 다른 3년이 될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질그릇과 같은 나를 구원하시고 이토록 세심하게 교훈하시고 이끄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과정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동생에게 감사한다.

Comments 3

  1. 이춘익 2006.09.22 08:43

    팔논문..팔논문 하던게 드디어 publish가 되는군요 ㅠ.ㅠ 축하드립니다. 맛있는거 한번 사먹으로 가야하는데 말이죠. 하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2. 이춘식 2006.09.25 05:51

    주님께 영광을 돌린다. 우리 뼈논문과 마찬가지로 이 논문도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다른 논문들과는 감회가 다르군.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말에 내려가서 내가 맛있는걸 사줄께 ~

  3. 이춘식 2006.09.26 12:22

    2003년 6월에 썼던 글을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 영국 Radiation Protection Dosimetry라는 journal에 논문을 보냈었고 그 이후 수정요청이 온 뒤로 계속 일이 밀려서 어제야 비로소 마무리하게 되었고 잠시 후 DHL로 보낼 예정이다. 내가 연구하는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폭이 좁고 연구내용의 특성상 논문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이 밀린 이유는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바쁘게 지내다보니 지금에야 완성하게 된 것이다. 멀리 미국에서 신혼생활에도 끝까지 세세하게 교정을 봐준 춘익이에게 감사한다. 아직 accept된 것은 아니지만 과정에서 경험한 도우시는 하나님과 참으로 하기 싫은 순간들 속에서도 끝까지 동기부여하며 도전하는 경험을 한것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도노트를 부지런히 쓰며 끝까지 기도해주고 격려해주었던 아내가 참 고마웠다. 무엇인가 마무리된다는 것은 새롭게 다른 것을 도전할 수 있기에 흥미진진하다.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의뢰한다. 짧지만 순종하여 경험하기에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잠언말씀이 떠오른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3:5-6)

essay_cho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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