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큰 그림

No. 332 Name 이춘식 Date 2009.11.20 11:29 Comments 4

며칠 전 새벽 2시쯤 잠이 깨어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기도를 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 시간에 나를 찾아오셨고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셨다. 내 안에 말할 수 없는 교만과 비교의식이 숨어있어 내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사실…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는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지나갔던 여러가지 잘못된 태도들을 깨우쳐주셨다.

너무나 너무나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NCI에 tenure-track investigator라는 직함을 가지고 오면서 내 속 깊은 곳에 교만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주변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 심지어는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조차도 visiting scholar, postdoc, contractor 등의 임시직이 많았고 자리를 잡은 경우에서 staff scientist라는 일종의 잡일+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언젠가 한국 연구원들끼리 점심을 먹는데 “정말 investigator로 오신거예요? 그럼 밑에 포닥들도 있겠네요?”하며 놀라던 그런 류의 반응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그 후부터 NCI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의 직함이 무엇인지를 먼저 보게 되고 그 직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해지는 연봉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너무나 부끄럽게도…

같은 branch에서 일하는 다른 3명의 tenure-track investigator들을 바라보는 시야도 일그러져있었다. 이 사람은 어느 대학을 나와서 지금까지 논문이 몇편인가… 과연 나보다 더 빨리 tenure를 받게될까? 내가 더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Branch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어떤가? 등등의 질문들이 내 머리를 스치고 함께 일하는 아름다운 동료로 보기보다는 단순한 경쟁자이며 이 경주에서 내가 이겨야한다는 차가운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너무나 부끄럽게도…

그러던 중 얼마전 Bolch교수께서 NCI를 방문한 적이 있었고 공항까지 차로 모셔드리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최근 한 가지 문제로 혼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닌 내가 만든 사람 모델의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였다. 내가 만들긴 했지만 결국은 UF이름으로 발표가 되고… 그래서 앞으로 내가 그 모델을 이용해서 쓰는 모든 논문에는 교수님의 이름이 들어가게 될 모양새였다. 하지만 tenure 심사를 받게될 때 이전 boss의 이름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큰 minus로 작용하게 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교수님 입장에서 보면 이 역시 어렵고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모델을 만들어서 NCI로 가지고 와 버렸고 그동안 같이 공유하던 많은 idea들로 내가 여기서 연구를 마구 진행할 경우 교수님 입장에서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내 생각에… 그래서 교수님이 나를 UF에 교수로 앉히려고 그렇게 노력했었구나… 그러면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불렸고… 결국 그 날 공항으로 모셔드리는 차에서 어렵게 그 얘기를 꺼냈다. 그 때 교수님이 보이신 반응이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교수님 왈… UF에서 이 모델을 이용해서 하는 모든 연구에는 내 이름을 넣겠다고 하셨다. 그 모델을 만드는데 4년여가 걸렸고 많은 노력의 결과이므로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하셨다. 그러면 NCI에서 내가 그 모델을 사용해서 하는 연구들은… 그 연구에 교수님이나 UF학생의 contribution이 없다면 이름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참으로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어쩌면 나와는 그릇의 크기가 다른…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결국은 그릇의 크기만큼 많은 것을 담고 큰 일을 하게 되리라. 큰 그릇을 가지면 더 많이 포용하고 더 낮은 자리에서 섬길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도 큰 일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 날 밤 기도를 하며 그동안 내가 품었던 생각들과 행동들이 하나님 앞에 너무나 추하고 부끄러워 도무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자백기도를 하며 용서를 구하고 이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하는 동안 어느새 아침해가 밝아왔다.

Comments 4

  1. 이승묵 2009.11.21 07:22

    낮은 자리에 임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2. Yusung Kim 2010.03.09 17:51

    Thanks for sharing your insights–I can not deny I may have been doing / thinking in a same way. Not many people around my ages are professor positions around me / in my church. I typically introduce my self as a medical physicist working in UIHC but as I am closer / get to know better each other, I am trying to let them notice I’m tenure-track assitant professor in a clinical dept but still under medical school. What a shame. Now I’m trying to show me as I am not to hide or not to add, just as I am. Thanks. I will keep in mind your insights obtained at 2AM from the Lord, our heavenly father.

  3. 이춘식 2010.03.09 19:34

    요즘 처처에 지진 소식이 들려오는 중에… 어쩌면 조만간에 주님께서 구름타고 오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도 하늘을 바라보는데 구름이 뭉게뭉게 뭉치면서 주님께서 오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슴을 뛰게했다… 그 주님의 눈에는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이거늘.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 조금 높고 낮은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데 말야. 바쁘게 살아가며 잘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통찰력을 위해서… 지진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 더욱 간절히 간구하고 싶다.

  4. Yusung Kim 2010.03.12 18:14

    저도 ‘원종수권사님(지금은 목사님)께서 하신 간증처럼’…아이들과 함께 치열(?)하게 땅따먹기를 하다가, 아무리 큰 땅을 갖었어도 해질무렵 어머니들이 이름을 부르며 밥먹으러 들어오라고 하면 땅따먹기하던 땅과 돌을 내려놓고 집으로들 뛰어가듯이 우리도 …삶의 해가 질무렵 주님께서 부르시면 땅따먹은 땅들과 돌들을 뒤로하고 가야 되는데…”주님 기뻐하시는 삶”..”오늘하루”의 삶이 중요한듯 합니다. 춘익이 제수씨 소식듣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벌써 제 큰애(김건)가 이번 여름이 지나면 중학생입니다. 세아이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것,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경험케하는 것이 점점 큰 기도제목이 되어갑니다.

essay_choonsik

No Title Name Date
23 물 속에 사는 법을 그림으로 그려봤어요. 윤홍진 2000.12.27
22 사랑에 빚진자 이춘식 2000.12.26
21 Re..물속에 사는 나 이춘익 2000.12.18
20 물속에 사는 나 이춘식 2000.12.18
19 물속에서 사는법 이춘식 2000.12.14
18 후히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이춘식 2000.12.05
17 소망은 주께있네 이춘식 2000.12.05
16 근황 이춘식 2000.12.03
15 A Letter from Jesus Old Website 2000.11.27
14 마르다에게 이춘식 2000.11.26
13 아버지의 편지5 이승묵 2000.11.23
12 아버지의 편지4 Old Website 2000.11.22
11 분주함속에서 이춘식 2000.11.08
10 동감이 가는 글귀 2 이춘식 2000.10.26
9 동감이 가는 글귀 Old Website 2000.10.26
8 누가복음5장을 묵상하며..(이춘익) Old Website 200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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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님모습 따르리 이춘식 2000.10.09
5 아 가을인가! (이춘익 1996/9/10) Old Website 2000.10.09
4 아버지의 편지3 (1999/12/28) Old Website 2000.10.07
3 아버지의 편지2 (2000/3/23) Old Website 2000.10.07
2 아버지의 편지1 이춘식 2000.09.08
1 의약분업을 보면서 이춘식 200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