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es 퇴임

No. 325 Name Choonsik Date 2009.07.31 19:50 Comments 0

새롭게 일하게 된 직장에 Charles라는 통계 전문가이신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최근에 은퇴를 하셨다. 사람들은 쉽게 Charles라고 부르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일본 원폭 피해자들의 방사선 위험을 연구하는 일본의 RERF (Radiation Effect Research Foundation)에서 오래동안 몸담았고 국제원자력방호위원회 (ICRP)의 제1위원회장까지 지냈던 대단히 유명한 분이다. 오늘 오후 그 분의 퇴임식이 있어서 참석했었다. 퇴임식 분위기는 미국에서 4년간 그나마 이곳 분위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30여명이 조촐하게 모인 작은 회의실에 풍선장식에 그 분의 지난날을 회고하는 포스터형 장식, 그리고 간단한 다과들이 놓여져있다. 나름대로 뭔가를 돕기 위해 일찍 행사장(사실 행사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촐한 분위기…)에 도착한 나는 다른 연구원들과 같이 벽에 풍선도 달고 다과 정리하는 일등을 도왔다. 잠시 후 이사람 저사람이 모이더니 우리 branch의 chief인 Martha할머니께서 사회를 보면서 잇달아 3명의 절친한 친구분들이 앞에 나가서 그와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들을 회고했고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좋아들했다. 곧이어 선물 증정이 있었다.

모두 3개의 박스가 있었다. 첫번째 선물은 놀랍게도 헤드폰이었고 두번째 선물은 ipod(음악듣는 작은 기계)였다. 평소 음악감상을 즐기셨다는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우리 branch 전체의 선물이 고작 그것 두가지였다. 그 자리에서 선물을 뜯어보며 헤드폰을 머리에 써보이며 너무나 좋아하는 Charles를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세번째 박스에서는 뭔가 값비싼 것이 나오겠거니… 하고 혼자 생각했다. 세번째 선물은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들을 모아놓은 사진첩(이 분은 평생 원폭피해자 연구를 하셨음)이었다. 은퇴 이후에도 원폭을 잊지말라는 조금은 장난끼 넘치는 선물에 불과했다. 선물 증정을 마치고 다시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퇴임식은 끝이 났다.

참석자들의 복장은 물론 Charles의 복장도 놀라웠다. Charles는 평소 즐기는 샌들형태의 구두에 편한 바지, 그리고 그 위에 간단한 양복 상의를 걸친 정도였고 참석자들 중에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온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Charles의 은퇴를 아쉬워했고 진심으로 그의 퇴임을 축하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어떠한 어려운 순간에도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면 다시금 활력을 얻고 나왔으며 한번도 “NO”라고 대답한 적이 없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그를 향한 회고의 요지였다.

물론 NCI라는 국가연구소의 단편적인 모습이며 격식을 차려야할 자리에는 분명한 dress code가 존재하는 미국이지만 Charles의 퇴임식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지,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어떠해야하는지, 그리고 겸손이라는 것은 실제 삶에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지 등등… 퇴임식을 위해 조금씩 돈을 걷을 때 나는 $20을 냈고 돈을 걷으러 다니는 연구원은 너무 많다고 했다.

essay_cho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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