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를 보며 배우다

No. 27 Name 이춘식 Date 2001.01.13 07:16 Comments 0

지난해 2월쯤이었다. 윤형제님 댁에서 생활하는 동안 그 집에서 키우는 개가 있었는데 암컷이라 이름이 진희였다. 진도개의 피가 약간 섞여 있다는 그 개는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형제들의 생각에는 약간 아이큐가 진도개보다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집에 오는 사람이 너무 다양해서 그런지 여러번 보았으면 눈에 익을만도 한데 여전히 깽깽거리며 짖어대니 좋아할 사람이 없다. 도둑이 오면 짖으면 될 것을 사람들이 오면 항상 짖어대고 그나마 신통한 능력은 쥐잡는 것 밖에 없었다. 게다가 가끔 사람들, 특히 힘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물어서 주인을 놀라게 했다.

어느날 같이 살고 있던 성택이형이 진희에게 밥을 주려고 가까이 다가가다가 그만 진희에게 물리고 말았다. 성택이형은 평소 진희에게 호의를 베풀며 극진히 그를 위해 섬겨주었던 장본인이었다. 그런 은혜를 입은 성택이형의 손을 물어뜯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이빨자국이 크게 나도록 했으니 이건 배은망덕도 보통이 아니었다. 형제들 중 한 형제가 진희를 비자루로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몹시 나무랐고 진희도 자신의 잘못을 알았는지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집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나는 진희를 처다보았다. 그는 몹시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진희의 몸도 비에 젖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한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을 부어주었고 그 순간에도 그의 고픈 배를 채워주기 위해 친히 준비한 밥을 주려고 했던 그 은인의 손을 문다는 사실도 모른채 그러한 만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멍청한 진희는 한없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듯했고 나도 그의 눈을 보면서 슬퍼졌다. 그런 자신이 미웠을 것이다. 이제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성택형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받아줄지 의문이었고 용서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냥 슬픈 표정을 하고 그렇게 비를 맞으며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진희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었다. 나의 죄짐을 지고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 죄인인 나를 구원하려고 이 땅에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손에 못을 박으면서 내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몰랐던 그 모습은 바로 그 날 진희의 모습이었다. “아버지여 저희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눅23:34) 예수님의 기도와 같이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채 생명의 주를 죽인 것이다.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가 넘쳐야한다. 무엇을 불평할 수도 없고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불평의 제목이 될 수 없다. 주인의 손을 물고 나서 용서를 기다리는 진희와 같이 나도 그 분의 손에 못을 박고는 용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주인은 다시 나를 찾아오시고 용서하시고 나를 이해해주시고 안아주셨다. 돌을 던진 죄인을 원수같은 날 위해 세상 끝날까지 나의 모습에 관계없이 함께 하시리라 약속하시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ssay_cho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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