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면서 성경읽기

No. 302 Name 이춘식 Date 2008.02.06 23:37 Comments 0

2008년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일년동안 성경 통독을 목표로 하원엄마와 함께 같은 진도표를 가지고 성경읽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사에 연구에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항상 그렇듯이 진도는 밀리고 밀린 진도를 따라잡기 위한 벼락치기 성경읽기는 통독 달성에 필수덕목인듯…

지난 주말 하원이가 일찍 잠들고 두원이도 엄마랑 같이 잠든 기회를 잡아 이때다 싶어 진도 따라잡기를 시작했다. 하원엄마는 두원이를 재워야하니 나보다 진도 따라잡을 기회가 적은 셈이다… 그 날은 마태복음. 예수님의 산상수훈에 감동을 받고… 외쳐 부르는 소경과 같이 나도 간절히 주님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리고… 오천명을 먹이신 주님의 기적을 보며… 그러는 동안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또 읽고… 어느새 선생된 자들을 책망하시는 주님의 호된 경책을 듣는동안… 다시 잠들고 또 정신을 차리고. 체조를 해보기도 하고, 물도 마셔보고 창문을 열어서 시원한 공기를 마셔보기도 하고… 그렇게 2-3시간이 간것 같다. 결국 두원이를 재우고 나온 하원엄마의 도움으로 정신을 완전히 차렸다. 분명 졸긴 했지만 마음 속에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왜일까…

한국에 형제들과 교제하며 다소 회의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졸면서 베이직을 하는 모습이었다. 졸면서 주님과 교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나중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건만… 하지만 조금 바꿔서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어렵게 인정해본다. 막상 맑은 정신일 때는 다른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에 휘둘려 사는 것이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미국에 와서 충분한 잠을 자고 시간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이처럼 풍요로운 스케쥴 속에서 정작 졸면서 안간힘을 쓰며 주님을 만나려 했던 하루 저녁의 감동을 느껴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처럼 졸면서라도 주님을 만나려고 몸부림치던 경험을 미국에 온 이후 몇번이나 했던가…

무언가를 하면서 존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참으로 의미있는 경험이 아닐까. 뭔가를 하다가 졸리면 그냥 자면 그만인데 졸면서도 계속 시도한다는 것은 그 일의 중요성에 대한 말없는 결단이 아닐까. 그 옛날 아침 경건의 시간에 수없이 졸면서도 주님과의 교제가 생명줄이라는 사실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기에 그 과정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비몽사몽 주님과 교제하는 모습에 손가락질하며 정작 맑은 정신에 쾌적한 시간에는 의미없는 인터넷만 긁적거리고 있다면 차라리 비몽사몽 주님과 교제하려고 애쓰는 쪽을 선택하겠다. 비몽사몽이지만 주님의 빛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라면 뜻밖에 생긴 여가 시간을 무엇으로 보낼 지는 자명하다.

맑은 정신으로 주님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지만… 오늘은 문득 졸면서도 주님을 만나려는 몸부림 역시 주님과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잠겨본다. 그 옛날 졸면서도 바울의 설교를 들으려 안간힘을 쓰던 유두고가 오늘날 미국땅에서 온갓 풍요로움과 휴식 속에서도 멍하니 향방을 모른채 떠도는 나를 보고 있다. 오늘 저녁도 하원이가 자는 이 시간 “깨어서” 성경을 읽어야겠다!

essay_choo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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