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 이야기

No. 243 Name 이춘익 Date 2002.05.18 20:22 Comments 1

금요일 저녁에 세차를 계획해 두었다. 저녁 8시라고 해도 아직 대낮처럼 환한 것은 내가 적도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최근 몇 달동안 이 곳에 거의 비가 오지 않아서 학교에서 정원을 가꾸는 아저씨들이 호수를 동원하여 물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가뭄 때문인지 차도 흙먼지를 입고 쉽게 더러워 지는가 생각했다. 물론 이제 곧 시작될 우(雨)기가 되면 다시 깨끗한 도시로 바뀌겠지만..

청소를 하면서 이전에 윤형제님 댁에 지내면서 아침에 형제님 차를 닦던 생각이 났다. 잘 계시는지.. 자매님 일로 어려움이 많으시겠구나 생각하며 기도가 되었다. 윤형제님 차를 닦을 때는 작은 양동이에 물을 담아서 걸레에 물을 묻혀서 닦았지만, 여기서 나는 호스를 연결해서 마구 물을 뿌려대고 있다. 이 동네는 호수(lake)가 많아서인지 몇 달을 비가 거의 안왔는대도 물은 잘 나오고 있다. 여전히 후덥지근한 저녁 시간에 물을 뿌리며 시원함을 즐기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이전에 춘식이형이 무생물들도 주인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서 성능이 달라진다는 말을 했었는데, (물론 그건 노트북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혹시 내 차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철이형은 9인승 새차를 사셨다는데 잘 굴러가고 있는지.. 내 차는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주님께서 주셨으니 잘 관리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재철이형 말씀처럼 형제들을 섬기고 주님의 일을 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몸통을 씻겨주고 나서 타이어와 유리창을 닦는데 이상하게 유리창을 아무리 닦아도 뿌옇게 뭔가 묻어나기만 하는 것이 이상하였다. 아무래도 유리를 닦는 수건이 문제인 것 같았다. 역시 아무리 좋은 세제를 써도 수건이 더러우면 소용이 없구나 생각하며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페이퍼 타올로 닦을 요량으로 다시 아파트로 들어와 타올을 집어 나가던 나는 깜짝 놀라 크게 웃고 말았다. 내가 유리창에 뿌렸던 것은 타이어 청소용 세제였던 것이었다. ㅡ.ㅡ; 강력 세제에 녹아버린 창문 닦이 고무에서 검은 물이 베어 나왔다. 빠우와우..

순간 중요한 교훈을 또 배우게 되었다. 때로 내가 겪는 일 속에서 아마도 하나님께서 이번 일을 통해서 이런 교훈을 가르쳐 주시려나 보다하고 쉽게 속단하는 것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 주님께서 이러 이러한 교훈을 주시려나보다 하는 속단은 더 깊은 더 심오한 주님의 뜻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상 주님께 나의 빈 마음과 빈 손으로 나갸야 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배운 것은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런 나의 결심을 시험이라도 하시는 듯, 다음 날 엄청난 폭우가 내려 세차한 것이 소용이 없게 하시는 하나님은 진실로 나의 아버지이시며 절대 주권의 하나님이시다.

Comments 1

  1. 이선규 2001.11.29 10:00

    하.하. 재밌다… ^^ 열심히 잘 지내는구나! 춘익이 화이팅!! [05/20-16:17]

essay_choo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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