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지나간 숲에 갔다. 꺾이고 찢어지고 뽑혀버린 나무들이 군데군데 흉하게 누워있었다. 일꾼들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토막 내어 치우고 있었다. 산책로에는 태풍에 못 견뎌 떨어진 초록 낙엽들이 어지러이 뒹굴고 있었다. 새의 울음소리와 벌레소리는 잠잠하고 대신 전기톱 소리가 숲을 울리고 있었다. 기둥뿐인 커다란 나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태풍을 맞고도 보란 듯이 버티고 서있는 그 모습이 놀라웠다. 아마 가지와 잎이 없어서 바람을 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뿌리째 뽑혀 드러누운 나무들은 하나같이 뿌리가 적은 대신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하였다. 태풍에 살아남은 나무들은 어디가 달라도 달라보였다. 겉모습부터가 건실한 나무들이었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제 분수를 지켰던 나무들이었다. 나는 내 분수대로 살고 있는가. 뿌리를 튼튼히 키우고 있는가. 너무 가지를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나치게 잎을 많이 달고 나풀거리는 것은 아닌가. 태풍 ‘매미’가 지나간 황량한 숲을 걸으며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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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 Title | Name | Date |
|---|---|---|---|
| 29 | 두 배의 보상 | 이승묵 | 2001.05.13 |
| 28 | 대화 | 이승묵 | 2001.05.13 |
| 27 | 다양성 | 이승묵 | 2001.05.13 |
| 26 | 말씀으로만 | 이승묵 | 2001.05.09 |
| 25 | 물음표 | 이승묵 | 2001.04.21 |
| 24 | 인간 복제 | 이승묵 | 2001.04.06 |
| 23 | 상식 | 이승묵 | 2001.04.06 |
| 22 | 역설 | 이승묵 | 2001.03.28 |
| 21 | 봄나물 | 이승묵 | 2001.03.28 |
| 20 | 물 | 이승묵 | 2001.03.28 |
| 19 | 잠 | 이승묵 | 2001.03.24 |
| 18 | 글 | 이승묵 | 2001.03.21 |
| 17 | 성장 통 | 이승묵 | 2001.03.18 |
| 16 | 구제역 | 이승묵 | 2001.03.18 |
| 15 | 교체 | 이승묵 | 2001.03.18 |
| 14 | 큰 글자 | 이승묵 | 2001.02.23 |
| 13 | 바버라 부시 | 이승묵 | 2001.02.07 |
| 12 | 어느 노인 | 이승묵 | 2001.02.06 |
| 11 | 태양설비 | 이승묵 | 2001.02.04 |
| 10 | 아내 이야기 | 이승묵 | 2001.01.29 |
| 9 | 그 이름 | 이승묵 | 2001.01.23 |
| 8 | 가위질 | 이승묵 | 2001.01.17 |
| 7 | 해바라기 | 이승묵 | 2001.01.17 |
| 6 | 광우병 | 이승묵 | 2001.01.07 |
| 5 | 열매 | 이승묵 | 2000.12.30 |
뿌리의 중요성을 저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하나님께서 주신 분수대로 살아가면 맘이 편할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