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거르지 않고 뒷산 산책을 하시는 칠순 누님이 계신다. 누님은 겨우내 조금씩 부엽토를 모아 갈색 플라스틱 통으로 하나 가득 채웠다. 그 통의 밑바닥에다 화분처럼 물구멍을 내달라고 나에게 가져왔다. 한참동안 궁리 끝에 구멍 뚫기 작업에 나섰다. 드릴을 꺼냈다. 아들이 어릴 때 쓰던 수동 드릴. 전동드릴에야 못 미치지만 손 때 묻은 것이라 챙겨 두었던 것. 그런데, 드릴 손잡이가 망가져 있었다. 고물상에 가서 손잡이가 될 만한 것을 가져와 끼우고 너트를 조였더니 쓸 만한 드릴이 되었다. 플라스틱 통을 엎어놓고 드릴을 돌렸다. 작은 구멍을 동그랗게 여러 개 뚫고는 가운데를 망치로 톡 치니까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누님도 나도 빙그레 웃었다. 봄은 느릿느릿 오고 있는데, 누님은 벌써 고추모종을 생각하신다.
Comments 1
| No | Title | Name | Date |
|---|---|---|---|
| 29 | 두 배의 보상 | 이승묵 | 2001.05.13 |
| 28 | 대화 | 이승묵 | 2001.05.13 |
| 27 | 다양성 | 이승묵 | 2001.05.13 |
| 26 | 말씀으로만 | 이승묵 | 2001.05.09 |
| 25 | 물음표 | 이승묵 | 2001.04.21 |
| 24 | 인간 복제 | 이승묵 | 2001.04.06 |
| 23 | 상식 | 이승묵 | 2001.04.06 |
| 22 | 역설 | 이승묵 | 2001.03.28 |
| 21 | 봄나물 | 이승묵 | 2001.03.28 |
| 20 | 물 | 이승묵 | 2001.03.28 |
| 19 | 잠 | 이승묵 | 2001.03.24 |
| 18 | 글 | 이승묵 | 2001.03.21 |
| 17 | 성장 통 | 이승묵 | 2001.03.18 |
| 16 | 구제역 | 이승묵 | 2001.03.18 |
| 15 | 교체 | 이승묵 | 2001.03.18 |
| 14 | 큰 글자 | 이승묵 | 2001.02.23 |
| 13 | 바버라 부시 | 이승묵 | 2001.02.07 |
| 12 | 어느 노인 | 이승묵 | 2001.02.06 |
| 11 | 태양설비 | 이승묵 | 2001.02.04 |
| 10 | 아내 이야기 | 이승묵 | 2001.01.29 |
| 9 | 그 이름 | 이승묵 | 2001.01.23 |
| 8 | 가위질 | 이승묵 | 2001.01.17 |
| 7 | 해바라기 | 이승묵 | 2001.01.17 |
| 6 | 광우병 | 이승묵 | 2001.01.07 |
| 5 | 열매 | 이승묵 | 2000.12.30 |
아버지 장인정신은 여전하시군요 ^^ 번역 와중에 오랜만에 신선한 글 감사합니다. 여러 일들에 때로 지칠 때 여기에 들러 여유를 찾아갑니다. 감사합니다. [03/07-20:13]